‘특허’ 두 글자가 소비자에게 하는 일
상세페이지에 “특허 기술 적용”이라고 적으면 전환율이 오른다고들 하세요. 실제로 그래요. 그런데 그게 오르는 이유가 바로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소비자는 그 두 글자를 국가가 검증했다는 뜻으로 읽거든요.
그래서 특허 표시는 “틀린 말만 안 하면 된다”가 아니라, 읽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기준으로 봐야 해요. 문장 하나하나는 사실인데 전체를 읽고 나면 사실과 다른 인상이 남는 경우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돼요.
이 글은 그 인상이 어긋나는 다섯 장면을 정리할게요. 출원 중과 등록을 어떻게 표기하는지는 앞 단계 이야기라 따로 정리해뒀어요. 여기서는 등록된 특허를 가진 뒤에 생기는 문제들을 다뤄요.
특허받지 않은 부분을 특허라고 쓰지 않아요
가장 흔하고, 가장 위험한 장면이에요. 특허는 제품 전체가 아니라 청구항에 적힌 구성에 대해 받아요. 그런데 표시는 제품 이름 옆에 붙죠. 그러면 읽는 사람은 제품 전부가 특허라고 이해해요.
예를 들어 어떤 결합 구조에 대해 특허를 받았는데 상세페이지에는 “특허받은 세척력”이라고 적는 경우요. 세척력은 청구항에 없는데 특허라는 단어가 그 위에 얹혀요. 이건 사실과 다른 표시가 될 수 있어요.
이 어긋남은 대체로 악의가 아니라 거리에서 생겨요. 청구항을 읽어본 사람은 대표님과 변리사인데, 문구를 쓰는 사람은 마케팅 담당자거든요. 담당자 손에는 등록증 사진 한 장만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등록이 끝나면 “이 특허로 할 수 있는 말”을 한 줄로 정리해 넘기시라고 권해요.
안전한 방법은 무엇에 대한 특허인지 좁혀서 적는 거예요. “○○ 구조 특허 적용”처럼요. 좁게 적으면 힘이 빠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예요. 구체적일수록 읽는 사람이 믿어요. 그리고 그 문구는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우리를 지켜줘요.
효능이나 품질을 보증하는 것처럼 쓰지 않아요
두 번째 장면이에요. 특허는 그 발명이 새롭고 진보성이 있다는 판단을 받은 것이지, 효과가 뛰어나다거나 품질이 좋다는 인증이 아니에요. 그런데 광고에서는 이 둘이 아주 쉽게 붙어요.
“특허받은 성분으로 ○○에 효과”처럼 쓰면 특허가 효능을 검증했다는 인상을 줘요.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처럼 효능 표현 자체가 따로 규제되는 분야라면 문제가 더 커져요. 특허 표시 규율과 그 분야의 표시 규율이 동시에 걸리거든요.
실무에서는 두 문장을 분리하시라고 말씀드려요. 특허는 특허대로 적고, 효능은 그 분야에서 허용된 근거와 표현으로 따로 적는 방식이요. 한 문장에 붙이는 순간 어느 쪽 규율로도 설명하기 어려워져요.
제품이 바뀌었을 때도 같은 문제가 생겨요. 특허받은 구조로 만들던 제품을 원가 때문에 다른 구조로 바꿨는데 표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요. 권리는 살아 있지만 지금 파는 물건이 그 청구항을 벗어나 있으니 표시가 사실과 어긋나요. 제품 사양을 바꾸실 때 표시도 같이 검토 대상에 올려두세요.
다른 제품보다 앞선다고 단정하지 않아요
“특허받은 가장 뛰어난 기술”, “업계 1위 특허 기술” 같은 표현이에요. 특허를 받았다는 사실이 순위를 말해주지는 않아요. 같은 분야에 비슷한 특허가 여러 건 있을 수 있고, 심사는 경쟁 제품과 우리를 비교해서 등수를 매기는 절차가 아니에요.
저희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상세페이지든 회사소개서든 보도자료든 같은 기준이에요. 순위를 말하고 싶다면 특허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근거로 말해야 해요. 시험성적서라든가, 기간과 조건을 밝힌 수치처럼요.
소멸했거나 무효가 된 특허를 계속 표시하지 않아요
이건 나쁜 마음이 아니라 잊어버려서 생기는 문제예요. 연차료를 놓쳐 권리가 소멸했는데 포장지와 상세페이지에는 몇 년째 특허 표시가 남아 있는 경우요. 무효심판에서 권리가 무효로 결정된 뒤에도 마찬가지고요.
권리가 없어진 뒤의 표시는 사실과 다른 표시가 돼요. 그래서 저는 표시를 쓰는 순간 관리 대상이 하나 늘어난다고 말씀드려요. 연차료 납부 일정에 “표시 점검”을 같이 걸어두시고, 포장지 재인쇄 주기와도 맞춰두세요. 인쇄물은 한 번 찍으면 몇 년을 가니까요.
담당자가 바뀌면 이 연결이 끊어져요. 특허 번호와 그 번호가 쓰이는 곳의 목록을 한 파일로 만들어두시길 권해요. 상세페이지 주소, 라벨, 카탈로그 페이지, 전시 부스 배너까지요. 나중에 권리 상태가 바뀌면 그 목록만 열면 돼요.
남의 특허나 공동 특허를 우리 것처럼 쓰지 않아요
의외로 자주 보는 장면이에요. 부품 공급사가 가진 특허를 우리 제품 페이지에 “특허 기술”로 적거나, 대학과 공동으로 가진 특허를 우리 단독 특허처럼 적는 경우요.
공급사 특허라면 그 사실을 밝히고 쓰셔야 하고, 사용 범위에 대해 공급사와 합의가 돼 있어야 해요. 공동 특허라면 공동 권리자가 있다는 사실이 표시에서 지워지지 않게 하세요. 나중에 그 관계가 틀어졌을 때 광고 문구가 그대로 증거가 돼요.
인수하거나 양도받은 특허도 확인이 필요해요. 이전 등록이 끝나지 않았으면 등록원부의 권리자는 아직 상대예요. 계약서상으로는 우리 것인데 원부는 다른 이름인 상태에서 표시를 시작하면 설명이 복잡해져요.
표시 문구를 만드는 순서
정리하면 순서는 이래요. 광고 담당자가 문구를 먼저 쓰고 나중에 검토받는 방식이 아니라, 확인부터 하고 문구를 쓰는 순서로 바꾸시는 게 훨씬 빨라요.
먼저 지금 상태를 확인해요. 등록인지 출원 중인지, 연차료가 밀리지 않았는지, 권리자가 우리 법인이 맞는지요. KIPRIS에서 번호로 조회하면 현재 상태가 나오고, 우리 사건이라면 특허로에서 통지 이력까지 볼 수 있어요.
그다음 청구항과 광고 문구를 나란히 놓아요. 광고에서 말하려는 효과가 청구항의 어느 구성에서 나오는지 짚이면 그 범위로 문구를 좁혀요. 짚이지 않으면 그 문장에는 특허를 붙이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매체별로 같은 기준을 적용해요. 상세페이지, 제품 라벨, 카탈로그, 투자 자료, 입찰 서류, 보도자료가 전부 같은 표현이어야 해요. 한 곳만 세게 쓰면 그 한 곳이 문제가 돼요.
문제가 되면 어떻게 흘러가나
표시가 문제가 되는 경로는 대체로 둘이에요. 하나는 경쟁사예요. 우리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면 상대가 우리 페이지를 꼼꼼히 읽어요. 다른 하나는 소비자 민원이고요. 어느 쪽이든 시작은 조용해요. 어느 날 메일 한 통이 오거나 판매 채널에서 소명 요청이 옵니다.
그다음이 아픈 부분이에요. 소명하는 동안 해당 상세페이지가 내려가거나 광고가 멈추는 경우가 있어요. 표시 하나 때문에 판매가 멈추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문구를 고치면 되는 일인데, 고치는 며칠 동안 매출이 비어요. 그래서 저는 표시 검토를 “문제 안 생기게 하는 일”이 아니라 “판매를 멈추지 않게 하는 일”로 설명드려요.
이때 대응 속도를 결정하는 게 앞서 말씀드린 표시 목록이에요. 어디에 무슨 문구가 걸려 있는지 정리돼 있으면 하루 만에 전부 고칠 수 있어요. 없으면 담당자들이 각자 기억을 더듬으며 찾는 데만 며칠이 가고, 한두 곳이 남아서 다시 지적받아요.
표시를 아예 안 하는 게 답은 아니에요
여기까지 읽으면 조심할 게 많아 보이는데, 반대로 있는 권리를 안 쓰는 것도 손해예요. 실제로 등록까지 마쳐놓고 어디에도 적지 않아 아무도 모르는 회사들이 있어요.
제대로 쓰는 방법은 단순해요. 무엇에 대한 특허인지 좁게 적고, 등록번호를 함께 적는 거예요. 번호가 있으면 읽는 사람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신뢰가 오히려 올라가요. 확인 가능한 표시가 확인할 수 없는 큰 표현보다 힘이 세요. 문구가 정해지면 발행 전에 한 번 검토받으시고, 그 문구를 회사 표준으로 저장해두세요.
이 글은 특정 공고나 법령 조문을 인용하지 않았어요. 권리 상태는 KIPRIS와 특허로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고, 표시·광고 문구의 적법성은 매체와 표현, 업종별 규율에 따라 달라져 개별 검토가 필요해요. 2026년 7월 31일 기준으로 작성했어요.
※ 이 글은 일반 정보예요. 특정 문구가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이 아니에요. 표시·광고 문구는 발행 전에 변리사와 함께 확인하시고, 효능 표현이 따로 규제되는 업종이라면 해당 분야 규율도 함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