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긴 한데, 그럼 특허 되나요?”
아이디어를 들고 오신 대표님께 “이건 세상에 없던 건가요?” 하고 여쭤보면 대부분 “네, 저는 이런 거 못 봤어요”라고 하세요. 그런데 특허는 “새롭다” 하나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관문이 두 개거든요. 하나는 신규성, 다른 하나는 진보성이에요. 오늘은 이 둘이 뭐가 다르고, 내 아이디어에선 뭘 더 신경 써야 하는지 짚어볼게요.
특허는 두 관문을 넘어야 해요
순서대로 보면 이래요. 먼저 신규성 관문에서 “세상에 똑같은 게 이미 있었나”를 봐요. 완전히 같은 게 있으면 여기서 탈락이에요. 이 관문을 넘으면 진보성 관문이 기다려요. “똑같진 않은데, 이미 있는 것들을 합치면 쉽게 나오는 수준 아닌가?”를 따지는 거예요. 많은 분이 신규성만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이 두 번째 관문이 더 까다로워요.
신규성: “똑같은 게 있었나”
신규성은 비교적 명확해요. 내 발명과 완전히 같은 것이 이미 논문·제품·특허로 공개돼 있으면 신규성이 없어요. 그래서 출원 전 선행조사로 “똑같은 게 있나”를 훑는 게 첫 단계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공개한 것도 포함된다는 점이에요. 내 SNS·펀딩·전시로 이미 알려졌다면 그것 때문에 신규성이 깨질 수 있어요.
한 가지 오해를 풀어드리면, 신규성은 “나보다 먼저 똑같은 걸 낸 사람”만 보는 게 아니에요. 특허로 출원되지 않았더라도 논문 한 편, 블로그 글 하나, 시장에 팔린 제품 하나가 다 “이미 알려진 것”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특허 검색해보니 없더라”만으로는 안심하기 이르고, 제품·논문·자료까지 넓게 훑어봐야 해요.
진보성: “쉽게 떠올릴 수 있었나”
진보성이 진짜 승부처예요. 똑같은 건 없더라도, 이미 알려진 것들을 조합하면 그 분야 전문가가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정도라면 특허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 A 기술과 B 기술이 각각 알려져 있는데, 둘을 그냥 붙인 수준이라면 “뻔하다”고 볼 수 있어요.
반대로 A와 B를 합쳤더니 따로 쓸 때는 없던 효과가 나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그냥 붙인 게 아니라, 붙였더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는 걸 보여주면 진보성이 서요. 그래서 저는 상담에서 “남들과 다르게 한 지점에서 어떤 좋은 결과가 나왔나요?”를 꼭 물어봐요.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대표님이 “접이식 손잡이가 달린 텀블러”를 만들었다고 해볼게요. 접이식 손잡이도 있고 텀블러도 있으니, 그냥 붙인 거라면 진보성이 약해요. 그런데 “접었을 때 뚜껑이 자동으로 잠겨서 새지 않는다”처럼 결합에서만 생기는 효과가 있다면, 그건 단순 조합을 넘어선 지점이에요. 심사에서 설득할 무기가 바로 이런 ‘결합의 효과’예요.
왜 진보성에서 더 자주 걸릴까요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건 생각보다 드물어요. 그래서 신규성은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비슷한 게 여기저기 있는데, 그걸 조합한 수준 아니냐”는 진보성 지적이에요. 심사에서 거절 이유로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바로 이 부분이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내 발명이 왜 뻔하지 않은가”를 설명할 재료를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심사관은 여러 자료를 합쳐서 봐요
진보성을 이해하려면 심사관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아두면 좋아요. 심사관은 내 발명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이미 알려진 자료 여러 개를 꺼내 “이것과 저것을 합치면 네 발명이 나오지 않느냐”고 봐요. 그래서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자료를 합쳐도 내 발명의 핵심은 안 나온다”를 보여줘야 해요.
이때 힘이 되는 게 ‘왜 그렇게 안 했는가’예요. 남들이 그 방향으로 안 간 이유가 있었는데 내가 그 통념을 깼다거나, 합치면 오히려 나빠질 거라 여겨졌는데 실제로는 좋아졌다면, 그건 “쉽게 생각해낼 수 없었다”는 강한 근거가 돼요. 그래서 개발하면서 “다들 이렇게 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해봤더니 됐다” 같은 순간이 있었다면, 그 이야기를 꼭 기억해두세요. 명세서에서 큰 무기가 되거든요.
반대로 진보성이 약해 보일 때 쓰는 방법도 있어요. 권리 범위를 조금 좁혀서 “우리만의 구체적인 지점”으로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넓게 “이런 조합”이라고 하면 뻔해 보여도, “이런 조건에서 이렇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좁히면 남들과 구별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너무 좁히면 권리가 약해지니, 어디까지 좁힐지의 균형을 잡는 게 실력이에요. 이 균형은 선행조사 결과를 보면서 잡아야 정확해서, 혼자 판단하기 어려우면 이 지점에서 변리사와 함께 보시는 걸 권해요.
내 아이디어를 두 관문에 대입해볼게요
아래를 짚어보시면 어느 관문이 약한지 감이 와요.
- 완전히 똑같은 제품·기술을 시장이나 검색에서 본 적 있나요? → 있으면 신규성이 약해요.
- 내 방식이 “이미 있는 것들을 합친 것”으로 설명되나요? → 그렇다면 진보성 보강이 필요해요.
- 내 방식에서만 나오는 특별한 효과·수치가 있나요? → 있으면 진보성의 근거가 돼요.
여기서 재미있는 건, 두 관문이 서로 반대로 움직일 때가 있다는 거예요. 권리 범위를 넓게 잡으면 “그건 이미 있다”며 신규성에서 걸리기 쉽고, 좁게 잡으면 신규성은 넘지만 “그 정도 차이는 뻔하다”며 진보성에서 걸리기 쉬워요.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 둘의 균형을 잡는 게 핵심이에요. 어디까지가 우리만의 것이고 어디부터가 이미 있던 것인지, 그 경계를 정확히 그리는 작업이 곧 청구범위를 짜는 일이고요. 이 균형점은 선행조사 결과가 있어야 제대로 잡혀서, 늘 “먼저 주변부터 훑어보자”고 말씀드려요.
진보성을 세우는 법: 데이터가 곧 무기
진보성은 말이 아니라 근거로 세워요. 내 방식이 기존보다 낫다는 걸 비교 데이터로 보여주는 거예요. “기존 방식은 이랬는데, 우리 방식은 이만큼 좋아졌다”가 숫자로 있으면 심사관을 설득하기 쉬워요. 그래서 개발하면서 남긴 실험 기록, 실패한 시도까지가 다 재산이에요.
여기서 자주 놓치는 게 있어요. 사람들은 성공한 결과만 남기고 실패한 시도는 지워버리는데, 진보성 관점에선 그 실패가 오히려 값져요. “이 방법도 저 방법도 안 됐는데 이 방법만 됐다”는 기록이, 내 해법이 뻔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거든요. 그래서 개발 초기부터 실험 노트를 버리지 말고 날짜와 함께 모아두시라고 말씀드려요. 나중에 소급해서 만들려면 훨씬 품이 들고, 설득력도 떨어져요.
정리하면, 특허가 될지 판단할 때 “이거 새롭나?”만 보지 마시고 “이게 뻔하지 않다는 걸 뭘로 보여줄까?”까지 생각하셔야 해요. 그 근거가 탄탄할수록 특허 가능성이 올라가요. 내 아이디어가 신규성에서 약한지 진보성에서 약한지는, 선행조사 결과를 놓고 함께 보면 또렷해져요. 어느 관문이 약한지 알면 준비할 것도 분명해지고요.
그래서 저는 “특허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늘 “먼저 주변부터 훑어보자”고 답해요. 비슷한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봐야, 내 발명이 두 관문을 어떻게 넘을지 전략이 서거든요. 아무것도 안 보고 “새롭다/안 새롭다”를 다투는 건 지도를 안 보고 길을 찾는 것과 비슷해요. 선행조사로 지형을 먼저 파악하면, 신규성과 진보성을 어떻게 세울지가 훨씬 구체적으로 보여요.
마지막으로 오해 하나만 풀게요. “진보성이 높아야 좋은 특허 아닌가요?”라고 물으시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진보성이 아주 높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도약이라는 뜻이지만, 실무에서 중요한 건 “등록될 만큼의 진보성을 갖추되, 권리 범위는 넓게 잡는 것”이에요. 너무 대단한 발명만 특허가 되는 게 아니라, 작아 보여도 남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한 지점이 있으면 충분해요. 그래서 “이 정도로 특허가 되겠어?” 하고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우선 그 작은 차이가 뭔지부터 정리해보시길 권해요.
참고: KIPRIS에서 비슷한 선행기술을 미리 훑어볼 수 있어요. 신규성·진보성의 최종 판단은 심사 기준이 걸려 있어 변리사 검토가 필요해요.
※ 이 글은 일반적인 개념 안내예요. 신규성·진보성 판단은 사안과 선행기술에 따라 달라지고,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 않아요. 출원 여부는 변리사 검토를 거쳐 결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