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원료인데 특허가 되나요?”
건기식 대표님들과 상담을 시작하면 열에 아홉은 이 말씀부터 하세요. “우리 원료는 옛날부터 쓰던 거라 특허는 안 될 것 같아요.”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에요. 성분(물질) 그 자체가 이미 공개돼 있으면 그대로는 권리로 만들기 어려운 게 맞아요. 하지만 특허는 ‘성분’ 하나만 보는 게 아니에요. 그 성분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섞고, 어디에 쓰는지에서 길이 열려요.
길은 세 갈래로 열려요
1. 새로운 제법: 만드는 방법
같은 원료라도 추출·정제·안정화 방법이 새롭다면 ‘제조방법’으로 권리를 잡을 수 있어요. 경쟁사가 같은 성분을 쓰더라도 우리 방법을 못 따라 하면 실질적인 방어가 되고요.
예를 들어 열에 약한 성분을 저온에서 추출해 손실을 줄였다거나, 잘 녹지 않는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공정을 찾았다면 여기 해당할 수 있어요. 저는 상담에서 “개발하면서 남들과 다르게 바꾼 지점이 있나요?”를 꼭 물어봐요. 그 시행착오가 대개 제법 특허의 출발점이거든요. 그래서 잘 안 된 실험 기록까지 버리지 말고 모아두시라고 말씀드려요.
2. 새로운 조성: 배합비·복합물
여러 성분을 특정 비율로 배합했더니 예상 밖의 효과가 났다면, 그 조성물 자체가 발명이 될 수 있어요. 여기서 핵심은 “예상 밖”이라는 부분이에요. 좋은 성분을 여러 개 모은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조합에서 따로 쓸 때보다 나은 결과가 나왔다는 걸 실험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조성으로 가려면 개발 단계의 시험 기록이 곧 재산이에요. A만 썼을 때, B만 썼을 때, A와 B를 함께 썼을 때를 비교한 데이터가 있으면 “이 배합이 왜 특별한가”가 또렷해져요. 반대로 데이터 없이 “섞으니 좋더라”만으로는 심사에서 버티기 어려워요.
그래서 시험 기록은 남기는 형태가 중요해요. 결과값만 정리한 표 하나보다, 언제 어떤 조건으로 무엇을 비교했는지가 함께 남아 있어야 근거가 돼요. 실패한 배합도 지우지 말고 남겨두세요. "이 비율에서는 안 됐고 저 비율에서 됐다"가 곧 범위를 정하는 근거가 되거든요. 조성으로 갈 때 청구항에 비율 범위를 쓰는데, 그 범위를 뒷받침하는 게 바로 이 실패 기록이에요. 개발 노트를 날짜순으로 두고 담당자와 조건을 함께 적어두시면, 나중에 출원할 때 그대로 쓸 수 있어요.
3. 새로운 용도: 다르게 쓰기
알려진 성분을 기존과 다른 목적으로 쓰는 것도 용도발명이 돼요. 피부용으로 알려진 원료를 장 건강 목적으로 새롭게 규명했다면 여기서 길이 열려요. 건기식·화장품에서 특히 자주 열리는 갈래예요.
다만 “다르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추측만으로는 어렵고, 그 용도에서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필요해요. 이 근거가 나중에 식약처 기능성 자료와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용도로 접근할 거라면 처음부터 시험 설계를 특허와 인정 자료 양쪽을 염두에 두고 짜는 게 좋아요.
내 경우는 어디에 걸리나요?
세 갈래 중 어디에 걸리는지 감을 잡는 게 첫 단계예요. 아래 중 하나라도 “그렇다”면 살펴볼 가치가 있어요.
- 원료를 추출·정제하는 방법을 우리가 바꿔봤다 → 제법
- 여러 원료를 섞었더니 예상보다 결과가 좋았다 → 조성
-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목적으로 쓰고 있다 → 용도
- 제조사(OEM·ODM)와 함께 개발했는데 권리 얘기를 안 했다 → 권리 귀속부터
두 개 이상에 해당하실 수도 있어요. 그때는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 경쟁사를 더 막아주는지로 보세요. 제법은 우리 공정을 따라 하지 못하게 막고, 조성은 비율 자체를 막아요. 같은 개발에서 둘 다 나왔다면 함께 잡는 편이 방어가 두터워지지만, 그만큼 자료도 두 몫이 필요해요. 어디부터 갈지는 지금 가진 데이터가 어느 쪽에 더 붙어 있는지로 정하시면 돼요.
OEM·ODM으로 만들었다면, 권리부터 정리하세요
마지막 항목이 건기식에서 유독 자주 걸려요. 많은 브랜드가 제조사에 개발을 맡기는데, 새로운 제법이나 조성을 실제로 만든 게 제조사라면 그 권리가 제조사에 있을 수 있어요. 계약서에 권리 귀속을 안 정해두면, 우리 브랜드 제품인데도 핵심 기술은 우리 것이 아닌 상황이 생겨요.
그래서 개발을 맡기기 전에 누가 권리자인지, 우리가 전용으로 쓸 수 있는지, 제조사가 같은 걸 다른 브랜드에 팔 수 있는지를 문서로 정해두셔야 해요. 이미 개발이 끝났다면 지금이라도 양도나 실시 관계를 정리하는 게 좋고요. 미룰수록 협상력이 떨어져요.
효능을 말하기 어려운 분야라, 특허가 대체 언어가 돼요
건강기능식품은 표시·광고 규제가 엄격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그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이때 특허가 대체 언어가 되기도 해요. 효능을 직접 주장하는 대신 “이 제법으로 특허를 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식이에요.
다만 오해는 없어야 해요. 특허는 효능을 보증하지 않아요. 기술이 새롭다는 것과 몸에 좋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그래서 “특허받은 성분”을 마치 효능이 입증된 것처럼 광고하면 규제에 걸릴 수 있어요. 표시·광고에 쓰실 때는 특허 사실과 효능 표현을 분리하고, 규제 기준을 별도로 확인하셔야 해요.
식약처 기능성 인정과 특허는 다른 트랙이에요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지점을 짚고 갈게요. 식약처의 기능성 인정과 특허는 완전히 다른 제도예요. 기능성을 인정받았다고 특허가 자동으로 되는 것도, 특허가 있다고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둘은 목적이 달라요. 기능성 인정은 “이 원료가 몸에 이런 도움을 준다”를 식약처가 인정하는 것이고, 특허는 “이 기술이 새롭다”를 특허청이 인정하는 거예요. 다만 실무에서는 이어져요. 기능성 자료를 만들며 쌓은 시험 데이터가 특허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특허로 잡아둔 제법이 남들이 못 따라오는 진입장벽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초기에 두 트랙을 같이 설계하면 자료를 두 번 만들지 않아도 돼요.
가장 중요한 건 순서: 공개 전에 확인하기
제가 상담에서 가장 안타까울 때가 이미 다 공개한 뒤 오시는 경우예요. 이때는 쓸 수 있는 방법이 크게 줄어들어요. ‘공개’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거든요.
- 제품 판매 시작, 상세페이지 게시
- SNS·블로그에 원료나 제법을 소개
- 박람회·전시회 출품, 시제품 시연
- 크라우드펀딩 페이지 오픈
- 논문·학회 발표
- 비밀유지 약속 없이 외부에 샘플·자료 전달
“우리만 아는 내용인데요?”라고 하셔도,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공개로 봐요. 그래서 마케팅 일정이 잡혔다면 그 전에 한 번 점검하는 게 가장 쌉니다. 브랜드 대표님들께 출시 일정표에서 ‘출원 확인’을 공개보다 앞 칸에 두시라고 권해요.
이미 공개하셨더라도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공개 시점·범위·주체에 따라 남은 길이 있는 경우가 있고, 본인이 공개한 경우라면 일정 기간 안에서 공지예외(신규성 상실 예외)가 적용될 수도 있어요. 다만 이 예외는 기간과 요건이 정해져 있고 나라마다 달라서, 해외까지 생각한다면 특히 서둘러 확인하셔야 해요.
출시 전이라면 지금이 가장 좋은 때예요
정리하면, 성분이 알려졌다고 미리 포기하지 마세요. 제법·조성·용도 중 하나라도 우리가 바꾼 지점이 있으면 길이 열려요. 그리고 그 길은 공개하기 전일수록 넓어요. 마케팅보다 특허 확인을 반 발짝 앞에 두는 것, 그 하나가 건기식 IP에서 제일 중요한 순서예요.
참고: KIPRIS 특허정보넷에서 비슷한 선행 사례를 미리 훑어볼 수 있고, 정확한 판단은 변리사 검토가 필요해요.
※ 특허 등록은 제품의 효능·효과를 보증하지 않아요. 건강기능식품의 표시·광고는 관련 법령(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등)과 사전 심의 기준을 별도로 확인하세요. 등록 기간·가능성은 사안별로 달라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