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에 떨어지는 회사들은 대개 특허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있긴 한데, 늦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이 서류에서 확인하는 건 "이 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가 아니라 "이 회사가 언제부터 그 권리를 준비해 왔는가"입니다. 사업의 진정성은 타이밍에서 드러나거든요.
심사는 '특허가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부터 있었느냐'를 봅니다
레저디가 우리를 찾아왔을 때,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초기 창업 지원사업(디딤돌)에서 시작해 TIPS까지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것. 문제는 지원사업마다 요구하는 권리 수준과 시점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출원만 있어도 되는 단계가 있고, 등록까지 있어야 가점이 붙는 단계가 있습니다. 아무 때나 특허를 내면 되는 게 아니라, 각 관문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권리가 준비돼 있어야 했습니다.
일정을 거꾸로 계산해 권리 확보 시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지원사업 공고 일정을 먼저 펼쳐 놓고, 각 관문에서 요구하는 권리 상태를 확인한 다음, 거기서부터 거꾸로 출원·심사 일정을 짰습니다. 특허 심사는 통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관문 날짜에 등록을 맞추려면 몇 달 전에 우선심사를 신청해야 합니다. 우선심사 요건을 충족시키고, 예상되는 거절이유를 미리 계산해 청구항을 설계해 두었습니다. 심사관이 지적할 만한 지점을 먼저 막아 두면, 오가는 시간이 줄어 등록 시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이건 특허를 빨리 내는 기술이 아니라, 사업 일정과 권리 일정을 하나의 타임라인 위에 올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특허팀과 사업팀이 따로 움직이면 이 정렬이 어긋나고, 그러면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관문 앞에서 서류가 부족해 밀립니다.
디딤돌에서 시작해 TIPS까지
결과적으로 레저디는 초기 지원사업에서 출발해 TIPS 선정까지 이어졌고, 특허를 근거로 확보한 자금이 TIPS 6억 원을 포함해 누적 10억 원 이상이 되었습니다. 한 건의 특허가 그 자체로 10억을 만든 건 아닙니다. 그 특허가 제때, 맞는 형태로 있었기 때문에 각 심사에서 근거가 되어 준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나
지원사업을 준비하는 초기 기업이라면, 특허를 "언젠가 내야 할 것"이 아니라 사업 일정표 위의 한 항목으로 두는 게 좋습니다. 마감이 코앞일 때 급하게 내는 특허와, 관문을 내다보고 미리 설계한 특허는 심사에서 다르게 읽힙니다. 심사위원이 보는 건 결국, 특허가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부터 있었느냐입니다.
